작성일 : 07-01-27 17:04
조인스닷컴 - my friday
 글쓴이 : 남당수산 털보횟…
조회 : 3,849  
천수만 ‘황금조개’가 입을 벌렸다. 조개 중의 으뜸이라는 새조개 시즌이 돌아온 것이다. 지난 1월 11일 오전 8시, 강기용(45) 선장이 이끄는 7.3톤급 영성호는 팥죽처럼 질척한 천수만의 갯물을 가르며, 홍성군 남당항에서 동쪽으로 약 2km 떨어진 죽도를 향해 내달린다. 영성호는 천수만에서 조업하는 형망(새조개 채취 전용선) 어선 20여 척 중에서 올해 마수걸이에 나서는 배다. 남당리 어촌계장 강기용 선장은 “올해는 천수만 새조개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국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천수만 새조개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며 두 손으로 영성호의 키를 움켜잡는다. 죽도는 충남 서산군 안면읍과 홍성군 남당항이 얼굴을 맞대고 있는 천수만의 한가운데 지점에 둥둥 떠있다. 이 섬 연안은 전국 제일의 새조개 어장이라는 천수만에서도 최고의 물건이 올라오는‘스페셜 포인트’다. 일본 최고의 미식가들이 한번에 먹는 게 아까워 ‘입 안에 넣다 뺐다 할 정도’라고 하니, 새조개 세상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섬인 것이다. 네 덩어리의 자잘한 섬이 모인 죽도는 새조개와 쭈꾸미잡이, 굴 양식을 업으로 삼고 있는 25가구의 어민들이 살고 있다. 올해 첫 조업이라 배 위에서도 준비할 게 많다. 일단 배의 후미에 달아맨 ‘형망틀’을 잘 점검해야 한다. 새조개를 잡는 방법은 백합을 잡는 방법과 비슷하다. 백합이 오롯이 사람의 힘만으로 ‘그레’(갈퀴가 달린 끌개)를 끌어 갯벌에 박힌 백합을 캐낸다면, 새조개는 배의 동력을 이용해 그레 역할을 하는 ‘형망 틀’을 끈다는 게 다른 점이다. 어장에 도착하면 선원들은 닻을 내리듯 틀을 갯벌에 내려놓는다. 바닥에서 새조개를 긁어모으는 커다란 참빗 모양이다. 쇠창살이 100여 개 정도 박힌 너비 약 3m의 ‘참빗’을 갯벌 30cm 깊이까지 박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 속에 10~30cm 사이에 새조개가 웅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갯벌에 박혀 있는 쇠창살을 배가 끌고 가면 ‘참빗에 이가 걸리듯’ 새조개가 걸려 나온다. 갯벌에 숨은 조개를 긁어내기만 해서는 헛고생, 참빗 뒤편으로는 주머니 형태의 얼개망이 달려 있어 새조개가 자동으로 이곳에 담기게 된다. 쇠로 된 살과 살 사이의 간격은 어림잡아 5~6cm, 그러니 6cm 이하의 새조개는 살 사이로 빠져나가게 돼 있다. 어린 것은 안 잡는 게 어민들에게도 득이다. 새조개는 양식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디에 숨어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선장의 노련미가 만선의 운명을 가르게 된다. “천수만 한가운데에 있는 죽도가 원래 해산물의 보고예요. 알 상태의 새조개가 갯벌에 붙기 위해서는 황토 성분이 필요한데, 전에 서산 AB지구 공사할 때 황토가 많이 떠내려왔죠. 새조개는 보통 수심이 15m~20m, 수온이 15℃, 그리고 모래와 개펄이 적당히 섞힌 곳에 많이 사는데 죽도가 딱 그래요. 그래서 여기 것이 젤 맛있다고 하는 것이쥬.” 바닷물에 틀을 담그면 보통 1시간 후에나 끌어올린다. 배의 중간에 달린 모터를 이용해 그물을 끌어당기자, 망에 담긴 새조개가 그득 올라온다. 껍질에 묻은 개흙이 벗겨질수록 특유의 연보라빛을 발하는 조개는 새색시 볼처럼 발그스레하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조업은 오후 4시까지 이어진다. 예상대로 귀한 것은 헤프게 나지 않았다. 조업량은 약소하다. 강 선장은 “어장 청소 작업이나 할라고 나선 것이니까”하고 개의치 않게 얘기하만, 그래도 ‘고기 못 잡은 어부’ 마음은 매한가지다. 하지만, 천수만 새조개는 남해나 삼천포, 여수 등 남해안에서 나는 것보다 좀더 비싸게 쳐준다. 작년 죽도 공동 어장에서 올린 어획고는 약 2억원. 올해 자연산 대하 풍년을 맞았지만, 그 바람에 양식 대하 폭락이라는 날벼락을 맞았던 어민들에게는 큰 수확이다. “한번 잡사보면 못 잊을 맛이죠. 1kg에 4만원이면 소고기값이지만, 그래도 올 사람은 다 온다니까요.” (남해수산 정해석) “이것이 그냥 조개가 아녀요. 신이 내린 마지막 선물이라고 하잖유. 저도 장사 3~4년 할 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10년 이상 하다보니까 맛을 알것든데유” (천도수산 김영희) “예전에는 여그 사람들은 먹지도 못했어유, 전부 일본으로 수출됐으니깐.” (남당수산 김용태) “글쎄요. 나는 새조개 잡는 것을 업으로 해서 그런지 맛은 잘 모르겠든디유. 근디 확실한 것은 여기 것이 딴 데 것보다 더 달짝지근하고,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는 것이 뭔가 있기는 있어유.” (영성호 선장 강기용)